국내 ERP 시장을 놓고 주도권 싸움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는 오라클과 SAP가 또 다시 IFRS 시장을 둘러싸고 자존심을 건 한판승부가 예상돼 주목된다.
국내 IFRS(국제회계기준) 시장은 2011년까지 국내 상장사들이 의무적으로 도입해야만 한다. 이미 금융권과 대기업들은 IFRS 시스템 구축을 거의 마무리한 상황이고, 이젠 중견 규모 이하의 제조업 및 서비스 시장 등으로까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특히 앞으로 IFRS를 도입하는 기업들은 직접 시스템을 개발하기보다 비용 면에서 저렴한 패키지 솔루션 도입을 더 선호할 것으로 전망된다.
IFRS를 충족하기 위한 ERP시스템 업그레이드를 비롯해 노후화된 ERP시스템 교체, 일부 신규 ERP 도입에 따른 수요가 크게 예상되기 때문에 또 다시 이들 양사 간의 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양사 모두 IFRS를 도입하는데 필요한 ERP시스템과 연결공시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또 나아가 포스트 IFRS 시기에 고객들이 대비할 수 있는 그룹사 전체의 경영 분석/평가 솔루션까지도 준비해 두고 있다. 따라서 국내 IFRS 도입을 계기로 더 달아오른 양사의 혈전은 ERP, 연결공시솔루션 부분을 넘어 BI솔루션으로까지 확산된 전망이다.
SAP, "IFRS 근본적인 도입 처방책은 컨버전 툴 아닌 ERP"
한국오라클은 기존 ERP 고객사를 대상으로 자사의 연결공시솔루션 '하이페리온 파이낸셜 매니지먼트(HFM)'와 그룹사 전체의 경영관리를 위한 '하이페리온 BI솔루션'을, 또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는 ERP시스템과 연결공시솔루션을 동시에 제안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SAP코리아의 경우 기존 ERP 고객들을 대상으로 자사의 연결공시솔루션인 '비즈니스 플래닝&콘솔리데이션(BPC) 솔루션'과 그룹사 전체의 경영 관리를 위한 '비즈니스 오브젝트 BI솔루션'을 기반한 IFRS 구현 컨설팅에 집중하고 있다. 또 신규 고객들을 대상으로 ERP시스템과 연결공시솔루션 레퍼런스 확보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라클과 SAP, 양사 모두 ERP시스템, 연결솔루션 상에서 임베디드 방식의 IFRS를 지원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ERP 내 재무회계 모듈에 IFRS 관련 모든 기능이 내재화 되어 있어서 별도 IFRS 컨버전 솔루션을 탑재하지 않아도 기간계 시스템을 셋업하면서 자연스레 IFRS 구현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고객들에게 IFRS 도입 초기 비용 부담이 들더라도 기간계 시스템부터 제대로 잡고 가야 향후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IFRS를 도입하는데 시간과 비용적 여유가 없다는 이유로 IFRS 지원이 안 되는 기존 ERP시스템을 그대로 두고 컨버전 툴을 도입해 ERP시스템 내 K-GAAP 데이터를 K-IFRS 데이터로 전환하는 방식을 택하게 되면, 향후 그룹사 내 데이터 통합성 및 확장성에 이슈가 발생해 다시 ERP를 바로 잡아야 하는 시행착오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앞서 컨버전스 방식을 택해 IFRS를 도입한 호주의 기업들 다수가 이 같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점을 들면서 IFRS를 지원하는 ERP를 도입하는 게 근본적인 처방책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SAP코리아 솔루션전략본부 박장환 상무는 "최소의 비용으로 프로젝트를 신속히 완료 하려는 고객들에게 경쟁사를 비롯해 컨버전 툴이 있는 업체들이 쉽게 IFRS를 도입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결국은 고객들에게 이중 부담을 안기는 일이기 때문에, SAP는 초기에 조금은 힘들더라도 애초부터 고객들이 ERP 시스템을 도입해 시행착오를 덜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라클, "오라클 ERP 고객들은 이미 IFRS 적용된 시스템 사용했다"
오라클과 SAP는 서로 경쟁사의 시장 영업 전략이나 제품 기능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사는 서로를 경계하는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SAP에 따르면, 자사의 ERP 신규 중견/중소기업(SMA) 고객사 가운데는 IFRS 적용을 목적으로 SAP ERP를 도입한 고객이 많다. 특히, 2009년 부터는 한화석유화학, 두산그룹 계열사처럼 경쟁사의 ERP를 쓰다가 SAP ERP로 교체한 고객도 더 늘고 있다고 밝혔다.
SAP는 "경쟁사인 오라클이 컨버전 툴이 있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고객들에게 하이페리온의 솔루션을 이용해 IFRS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검증되지 않는 컨버전 툴을 사용해 IFRS를 적용하는 것 자체가 고객입장에서는 위험부담이 큰일이다. 프로젝트 이후 유지보수, 규제변경에 따른 시스템 메인터넌스 문제가 따르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SAP는 "독일 본사에 만 명이 넘는 개발인력과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유럽의 IFRS 기준을 내재화 해놓은 SAP의 ERP시스템이 IFRS 도입의 근본적인 처방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오라클은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이미 기존 ERP 고객들은 IFRS가 적용된 시스템을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오라클 입장에서는 고객들에게 또 다시 ERP 시스템을 강조할 필요 자체가 없었다고 전했다. 타사의 ERP시스템을 운영 중인 기업들의 요구로 컨버전 툴을 판매해왔으나, 자사가 ERP시스템이 근본적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시장에 알리지 않았던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다. 오라클은 오히려 SAP가 ERP를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오라클 세일즈 컨설팅 김영훈 상무는 "오라클과 SAP는 재무시스템에 차이가 있었다. SAP가 새로 재무시스템의 컴포넌트인 뉴(New) GL을 출시했는데, 뉴 GL이 포함되어야만 재무데이터가 IFRS 용도로 산출되기 때문에 SAP입장에서 IFRS를 도입하기 위해 ERP를 강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오라클은 그룹사의 통합 경영관리를 위해 하이페리온 BI솔루션이 경영계획, 연결/공시, 수익성 관리(경영분석) 기능을 하나의 통합 제품으로 제공하고 있는 반면, SAP의 통합 경영관리를 위한 EPM(전사경영관리) 솔루션은 통합 제품이 아닌 인수한 회사의 경영계획, 연결회계, 전략관리, 수익성 분석 솔루션들을 조합해 제공하고 있다. 고객입장에서는 솔루션별로 DB, 인스턴스를 별도로 가야 하므로 SAP 내부적인 제품 통합 과제 해결이 더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현재 양사의 시장을 놓고 벌이는 날카로운 신경전은 향후 ERP, BI 시장 경쟁 못지않게 뜨거운 상황이다. 국내 IFRS 도입을 계기로 2-3년 내 IFRS를 적용한 ERP 시스템 교체, 그룹사 경영관리 시장이 본격 열릴 전망이라 앞으로 이 시장에서 벌이는 양사의 한판승부에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들 양사 간의 치열한 한판승부가 어떻게 판가름 날지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2010년 04월 22일 (목) 20:14:14 | 김정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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